1.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평등법 발의를 환영합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번번히 무산되었고, 20대 국회에서는 발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21대 국회에 들어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이 세 번째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유엔은 한국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의 반대로 인해 발의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 법제화에 찬성하는 것을 보면, 국민의 절대 다수가 사회의 소수자를 보호해야 하고 사회에 차별과 혐오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한다는데 공감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공동체에 속한 소수자에 대한 배려에 비례합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전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였지만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의식 수준은 여전히 후진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되는 것입니다. 

2. 하나님은 지극히 작은 자를 귀하게 여기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산에 두고 찾아 나설 정도로 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분입니다.(마 18:12-14) 또한, 예수님은 자신과 가난한 자, 병자, 나그네를 동일시 하면서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마 25:40) 차별금지법/평등법이 보호하려고 하는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지극히 작은 자”이고, 이들 또한 존귀한 “생명”입니다.

문자주의적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은 자신의 성서해석에 근거해서 “동성애가 죄”라고 주장을 하고, 이 주장에 근거해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반대합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동성애가 죄”라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고용이나 교육, 행정서비스 등의 이용에서 차별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당대의 주류 세력인 바리새인과 율법교사들로부터 사회의 주변인이었던 “세리와 죄인의 친구”라는 비난을 들었습니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이 보호하려고 하는 사회의 소외계층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보호하고, 섬겨야 할 “친구”이고, “작은 자”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길이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의 길이 되어야 합니다. 

3. 개신교인들에게 호소합니다.

개신교 주요 교단 대부분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교회 총연합(한교총)의 핵심 사업 중의 하나가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입니다. 그렇기에 개신교인 대부분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2020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다수의 개신교인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였습니다.(법 제정 찬성: 41.2%, 반대: 38.1%) 이 설문조사를 통해서 한국 개신교 교단의 지도자나 대형교회의 목사들의 차별금지법 반대의 의견이 개신교 전체를 과잉대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교계 지도자나 반동성애 활동가들이 거짓 정보를 퍼트려서 그리스도인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성적지향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인데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고, 성경이 불법 서적이 되고,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만해도 처벌을 받는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들은 이런 주장을 통해서 불안과 공포를 조장합니다.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입장을 정하기 전에 이 법안 자체에 대해서, 그리고, 예수님이라면 과연 사회의 소수자들을 위한,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를 위한 이 법안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실까 고민과 성찰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성별, 언어, 피부색, 인종, 장애, 성적지향 등과 관계없이 인간이라는 한 가지 이유로 존중받으면서 차별, 배제, 혐오가 없는 사회. 이 사회가 하나님의 ‘사랑’의 정신에 더 부합한 사회가 아닐까요?

기독교인이기에, 또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한 자이기에, 사회에서 고통받는 우리의 이웃인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1년 9월 12일

건강한 작은교회 연합 (건작연)